"추경의 딜레마: 성장률 끌어올리기의 현실적 한계와 과제"
- newsg1g1
-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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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연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총 44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마련됐고, 이를 통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 재정 투입이 과연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추경은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 중 하나다. 세입이 줄거나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때,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해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민생안정, 경기 회복, 세수 결손 보전 등 다양한 목적을 내걸고 추경을 편성했다. 특히 민생 회복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세출 확대를 단행한 것은 소비 부진 해소와 내수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스스로도 2차 추경이 연간 성장률을 0.1\~0.2%포인트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는 추경의 국회 통과 시점, 집행 속도, 경기 반응도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미 여러 연구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 전망을 바꿀 만한 결정적 반등 요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제한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 첫째,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심각하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의 성장세 둔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둘째, 고물가·고금리의 악순환이 내수 경기를 억누르고 있다.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셋째, 산업 구조 전환의 과도기적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반도체, 자동차 등 전통적 주력 산업이 주춤한 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상은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다만, 반복적인 추경이 오히려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향후 금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재정 여력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를 넘어서려면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노동시장 개혁 등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추경이 단기적 '진통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경제 체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비타민'이 되기는 어렵다.
향후 정부가 발표할 추가적인 경제 정책 패키지가 이 점을 얼마나 반영할지 주목된다. 일회성 재정 투입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 혁신 생태계 조성, 공정한 경쟁 환경 마련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될 때 한국 경제는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성장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제 진정한 구조개혁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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