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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 선 청년들, 제도 밖에서 외치는 구조 요청

  • newsg1g1
  • 6월 17일
  • 2분 분량

“급한 사정이 있었어요. 누굴 붙잡고 말할 상황도 아니었고요. 은행은 꿈도 못 꿨어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28세 직장인 이 모 씨는 작년 여름, 1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불법사금융의 문을 두드렸다. 직장이라 해도 계약직이었고, 몇 달 전 연체된 통신요금이 신용점수를 갉아먹은 탓에 대출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청년들이 금융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돈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안정된 일자리, 신용 이력, 보증인—이 모든 ‘금융권의 기준’에서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제도권 대출에서 배제된 후 향하는 곳이 불법사금융이라는 점이다. 엄연히 불법임을 알면서도, 병원비나 월세 같은 절박한 생계비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에 이들은 결국 스스로 위험 속으로 들어간다.


불법사금융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의 불균형’이다. 청년층 다수는 자산을 축적할 기회조차 없었고, 신용이력을 쌓을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통신비나 학자금 대출이 신용평가의 기준이 되는 구조 안에서 이들은 출발선부터 불리하다.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다. 단기 생계비, 불가피한 지출, 혹은 교육비와 같은 생산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융 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위험군’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순간, 모든 문은 닫혀 버린다.


정부는 ‘서민금융’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절실한 청년들에게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신청 요건, 낮은 승인율, 까다로운 심사 과정은 제도권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접근성은 떨어진다.


청년층의 불법사금융 이용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 위기’의 지표가 아니다. 이는 곧 미래 생산 인구의 구조적 불신, 금융의 불평등, 계층 간 단절이 겹쳐진 ‘사회적 경고음’이다. 지금의 20~~30대는 향후 10~~20년간 국가 경제의 중추가 될 세대다. 이들이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이제는 “청년 금융 지원”이라는 표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한 것은 더욱 유연하고 현실적인 금융 접근 시스템이다. 신용보다 가능성을 보는 제도, 연체보다 회복을 중시하는 관점,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한 이들에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포용적 금융이 절실하다.


청년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사회가, 제도가 이들을 선택지 없는 곳으로 몰아넣었다. 더 늦기 전에,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그 손을 붙잡아야 한다. 지금 그들을 위한 구조 요청에 응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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