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균형 전략, 게임업계도 ‘정밀 기획’의 시대로
- newsg1g1
-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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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게임 업계는 콘텐츠의 양적 확대보다 효율성과 정밀도를 앞세운 ‘기획 중심’의 전략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복잡한 대외 여건과 산업 내부의 변화가 맞물리며 단순히 콘텐츠를 늘리는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개발비용의 급등이다. 게임 제작의 필수 요소인 그래픽 리소스, 서버 유지비, 외부 협업 비용까지 대부분이 상승세를 보이며, 중견 게임사들조차 예산 집행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아웃소싱에 의존하던 중소 개발사들은 환율 변동성에 따라 예산 계획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는 단기적인 개발 일정뿐 아니라 장기 운영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채널 변화도 기획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통적인 홍보 방식이었던 TV 광고, 대형 유튜버 협업 등은 ROI(투자 대비 수익)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제는 게임 자체의 재미, 즉 콘텐츠의 본질로 사용자를 설득해야 하는 시대다. 이는 곧 콘텐츠 자체가 정밀하게 설계돼야 하고, 초기 출시부터 안정적인 밸런스와 동선 설계가 갖춰져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부 대형 퍼블리셔들은 신규 IP 출시에 앞서 대규모의 유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획 테스트에 돌입했다. CBT(비공개 테스트)나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 규모도 이전보다 커졌고, 피드백을 반영한 수정 주기도 짧아졌다. 출시 후의 ‘업데이트로 해결하자’는 접근에서 벗어나 출시 전부터 최대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PC·모바일·콘솔 간 사용자 경험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예전처럼 플랫폼별로 따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IP로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기획 단계부터 정교한 밸런싱이 필수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재미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플랫폼을 오가는 사용자에게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 중견 게임사는 올해 신작 출시를 연기하며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작지만 탄탄한 완성도로 해외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제 소규모 인디 개발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양보다 질, 속도보다 설계의 세밀함을 추구하는 전략은, 시장의 피로도가 쌓인 현재 게이머들에게도 신뢰를 주는 방식으로 읽히고 있다.
결국 게임 산업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잘 만드는 것’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환율, 자재비, 마케팅 채널의 비효율성, 플랫폼 다변화 등 복합적인 부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선, 양적인 승부보다 정밀한 설계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금 게임업계는 콘텐츠의 양적 확장을 잠시 멈추고, 진짜 ‘재미’를 위한 깊은 고민과 실험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위기 대응을 넘어서,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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