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업계의 그림자, 배임과 내부통제의 허점
- newsg1g1
-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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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전문금융업계가 다시 한 번 ‘배임’이라는 단어로 얼룩졌다. 기업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 산업에서, 고위 임원의 일탈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시스템 결함을 드러낸다. 최근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 전 대표의 배임 사건이 드러나면서, 업계는 다시금 내부통제와 공시 의무의 미비점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배임 자체보다, 해당 사건이 기업 인수 과정에서야 비로소 밝혀졌다는 점이다. 이는 상시적인 감사 시스템과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특히,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분류되는 여신전문금융업체들은 여전히 여타 금융사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러한 규제 격차는 일부 비윤리적인 경영진에게 악용될 여지를 제공하며, 피해는 결국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더욱이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일부 금융사고에 대한 공시를 자기자본 2% 초과로 제한하고 있어, 일정 규모 이하의 사건은 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이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질서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이달 발생한 비씨카드 직원의 16억원대 부당대출 사건도 공시 없이 조용히 금감원 보고만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방식은 외부 투자자는 물론,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금융사들조차 유사 리스크를 인지하고 대비할 수 없게 만든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배임이나 횡령은 결국 통제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 기존에는 고위 임원의 도덕성과 윤리에만 의존하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정기적인 외부 감사를 포함한 강력한 내부통제 장치 마련, 임원 선임 시 윤리성 검증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금융사고에 대한 실질적 공시 의무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3년 롯데카드 배임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여신업법을 일부 개정하며 감독 권한을 강화했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가 아직은 체감되지 않는다. 공시 기준의 현실화를 통해 업계 전체의 리스크 관리를 유도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할 때다. 기업의 도덕성과 시장의 투명성은 그 어떤 실적보다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여신전문금융업계가 그간의 관행을 되짚고,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적 개선에 나설 기회다. 일시적 사건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제2, 제3의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를 막기 위해선,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배임이 더 이상 '우연한 일탈'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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