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외면하는 건강, 성인 감염 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 newsg1g1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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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는 더 이상 죽음을 의미하는 질환이 아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의 발전으로 꾸준히 치료받으면 바이러스 수치를 ‘검출 불가’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의학적 성과와는 다르게, 사회는 여전히 HIV 감염인을 죄인처럼 대하고 있다. 병 자체보다 그 병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무섭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HIV 감염인은 익명성 보장조차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진단이나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진료 기록, 처방전, 약봉투 하나에도 노출의 불안이 따른다.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받을 차별과 따가운 시선을 이미 예감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감염인을 더욱 고립시키고, 결과적으로 예방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문제는 이 고립이 건강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HIV 감염인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10배 높다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구조적인 소외와 차별, 그리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낙인의 그림자다. 감염인의 마음은 이미 병보다 더한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한편, 감염을 막기 위한 노출 전 예방 요법(PrEP)은 세계적으로 감염률을 낮추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처방을 받기까지의 장벽이 너무 높다. 의사에게 솔직하게 감염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하고, 반복적인 혈액 검사와 내원도 감수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불안과 맞물려 실제 수요층을 의료 시스템 밖으로 밀어낸다.
그 결과, 일부는 해외 직구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약을 확보한다.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경로에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더 위협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모순은 분명히 시스템의 문제다.
이와 같은 현실은 특정 감염 질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30~40대를 중심으로 치주질환 등 만성 질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 진료에 대한 거부감, 치료보다 예방에 대한 무관심 등은 모든 성인 건강 문제의 공통된 원인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치료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치료받을 수 없도록 만든 사회 구조’에 있다.
성인 건강은 단지 개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질병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누구나 차별 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예방은 조기 진단에서 시작되고, 진단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과 낙인 없는 사회에서 가능하다. 의료는 병만 고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인식이라는 또 다른 병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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