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건강관리, 의료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 newsg1g1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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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의료체계는 ‘필요한 만큼 치료받는 구조’보다 ‘많이 하면 많이 받는 구조’에 가까운 행위별 수가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진료의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하게 만들고, 필수의료보다는 고가 장비를 활용한 검사나 시술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갖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라는 현실 앞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성과 기반 보상’과 ‘혼합형 지불제’입니다. 이 방식은 진료 자체에 대한 보상 외에도 환자의 상태가 개선되었는지, 재입원이 줄었는지와 같은 건강관리의 결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합니다. 단순히 병을 고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켰는가에 방점을 두는 구조입니다. 이는 ‘의료’를 단순히 질병 치료의 수단이 아니라 건강 유지와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주치의제’와 같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주치의제 기반이 부실한 상태에서 성과 기반 체계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식탁이 마련되기 전에 수저부터 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주치의 제도가 정착된 상태에서 혼합형 지불제가 안착된 반면, 한국은 환자가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받는 행태가 일반화되어 있어 혼합형 수가제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치의제는 도입을 주저할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제도적 전환이 아니라 성인의 건강관리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초기 대응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인데, 주치의가 이를 책임질 수 있다면 불필요한 검사와 약물치료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의료비 절감이라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시범 도입 중인 ‘제주형 건강주치의제’는 그러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지역 여건에 맞춰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꾸준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연계하는 구조는 이상적인 방향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중앙정부의 예산 및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이 일상에서 주치의와의 관계를 당연하게 여기고, 건강 이상 시 가장 먼저 상담하는 문이 되도록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의료진 역시 주치의제 도입을 의료의 축소나 통제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보상 체계와 명확한 역할 정립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성인 건강관리는 ‘치료’보다 ‘예방’과 ‘관리’에 더 많은 무게를 둬야 할 것입니다. 반복되는 질병 악화와 재입원, 과잉 진료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 개인의 건강 이력을 오래도록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치의가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지불 방식과 정책 지원이 맞물릴 때, 우리는 비로소 ‘의료를 덜 이용하면서도 건강을 잘 유지하는’ 성인 건강관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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