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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건강관리, 단순 진료를 넘어선 '삶의 설계'로 나아가야 할 때

  • newsg1g1
  • 1일 전
  • 2분 분량

의료 현장에서의 효율성과 수익성은 오랜 시간 충돌해온 과제다. 특히 성인 환자들의 만성질환 관리나 복합적 건강 문제는 몇 분 만에 끝내는 진료로는 해결이 어렵다. 진료실에 앉은 환자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검사를 정하고, 치료 방향을 잡고,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까지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진료 체계는 그 시간에 비례해 의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바쁜 동네 병원들은 더 많은 환자를 빠르게 보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고, 의료는 점점 더 ‘쪼개진 서비스’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건강이란 단순히 혈압 수치나 혈당 수치로 환산되는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성인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몸과 마음, 사회적 관계, 생활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처럼 세분화된 전문과 중심의 진료 체계로는 이런 복합성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혈압이 높으면 순환기내과, 위장이 아프면 소화기내과, 우울감이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 각각 따로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누군가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주치의제는 단순한 의료 제도를 넘어 ‘건강을 삶의 일부로 통합’시키는 접근이라 볼 수 있다. 환자의 생활 환경과 병력, 가족력, 심리적 상태까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건강 관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의사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삶을 함께 설계하고 동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의료는 질병을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현행 수가 체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질병 코드에 따라 단편적인 진료만 인정하고, 시간과 정성은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현장에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 의료인은 결국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진료 한 번에 30분을 써도, 3분짜리 진료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런 진료를 지속하기 힘들다.


한 사람의 건강은 단순히 병원 진료실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적절히 운동하는 일상 속 습관들이 쌓여 건강을 만든다. 주치의는 바로 이 일상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파트너다. 그래서 주치의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의료인이 환자와의 관계를 통해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노력이 시간과 수익으로도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성인 건강관리의 미래는 ‘시간을 들여 사람을 보는 진료’에 달려 있다. 당장의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비를 줄이고,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건강을 수치가 아닌 ‘삶’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진짜 의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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