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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채무자들의 씁쓸한 박탈감, 복지의 딜레마

  • newsg1g1
  • 7시간 전
  • 2분 분량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채무 감면 정책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약 113만 명에게 총 16조 40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소식에 일부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한숨 돌렸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성실히 빚을 상환해온 채무자들 사이에서는 ‘나는 왜 성실했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금융위기, 코로나19, 경기침체 등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는 여러 차례 채무 감면 정책을 내놓아왔다. 이유는 분명하다. 파산 직전까지 몰린 국민들이 속출하면 소비 위축, 경제 활력 저하, 사회적 갈등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 연체자, 상환 능력을 상실한 저소득층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반복될수록 '도덕적 해이'라는 그림자가 길어진다는 점이다.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이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삶을 지탱해왔지만, 뒤늦게 부실 채권으로 넘어간 이들에게 대규모 구제책이 주어지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실한 상환이 오히려 손해로 느껴지는 역설적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더욱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경기침체의 최전선에 서 있다. 코로나19 이후 겨우 숨을 돌린 이들에게 최근의 고금리, 고물가, 경기 위축은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긴 하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강조한 ‘구조조정의 중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단기적 부양책은 분명 고통을 덜어주지만,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단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경영 안정성 강화,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확보, 사회 안전망의 재정비 등 근본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성실 상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인센티브 마련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연체자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빚을 갚아온 이들에게는 금리 우대, 세제 혜택, 신용등급 상향 같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노력한 이들이 손해 보지 않는 시스템, 그것이 결국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건강한 금융 문화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이번 채무 감면 논란은 단순히 빚을 덜어주는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복지 정책의 방향성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당장의 고통을 줄이되, 성실함이 보상받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지는 사회, 그 균형 잡힌 해법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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