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병, 그러나 함께 싸우는 삶 성인 희귀질환과 가족의 이야기
- newsg1g1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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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이라는 말은 생소하면서도 무겁게 다가옵니다. 특히 그 대상이 어린아이나 노약자가 아니라 성인이라면, 더더욱 체감이 어렵고,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복합적입니다. 환자는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 때문입니다.

성인 희귀질환자는 일반 질환과 달리 명확한 진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증상은 애매하게 시작되고, 여러 병원을 거쳐도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한 채 '스트레스'나 '기능적 이상'으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결국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진단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진단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많은 희귀질환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고, 증상 조절 위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근육의 경련과 신체 마비 증세를 겪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증상이 심해져 외출은커녕 간단한 식사도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아프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진 않잖아요. 내가 포기하면 내 삶도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그 말에는 병을 받아들이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희귀질환을 가진 성인들은 육체적 고통 외에도,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단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고, 약값과 치료비는 일반 질환보다 훨씬 높은 편입니다. 거기에 병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주변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고,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적잖은 불이익을 겪기도 합니다. 한 환자는 “건강해 보인다고 해서 건강한 게 아닌데, 아픈 티를 내야만 겨우 배려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병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은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가족과 친구, 동료의 이해와 지지가 큰 역할을 하며, 최근에는 같은 질환을 앓는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 위로받고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합니다. 실제로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희귀질환 네트워크는 관련 정책 제안과 질환 인식 캠페인을 주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의 보완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심리적 안정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체계가 요구됩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희귀질환 진단 이후 의료비 지원과 심리상담,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 간의 연결은 미흡한 편입니다.
희귀질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체 인구의 2% 이상이 앓고 있는 질환군이며, 나이나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치료제는 ‘이해’와 ‘지지’일지도 모릅니다. 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자 노력하지만, 사회 전체가 이를 뒷받침해줄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병은 몸을 약하게 만들 수 있어도, 관계를 약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약함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모든 성인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이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용기 있는 삶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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