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속 금리 정책,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
- newsg1g1
-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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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이 다시 한 번 세계 경제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치권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실업률 증가라는 상반된 경제 지표가 공존하는 가운데, 무리한 조치보다는 현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단순한 기준금리 동결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금리를 내리는 것은 경기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연준이 내세우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책 금리가 현재로서는 적절한 위치에 있으며, 섣불리 움직일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시장의 기대처럼 빠르게 금리를 내리는 결정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파월 의장이 언급한 ‘관세의 영향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린다’는 발언은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수입 물가 상승이 미국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연준은 현 상태 유지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국의 통화 정책은 한국은행의 결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높은 금리 차는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 역시 물가와 경기 둔화 사이에서 쉽사리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지만, 향후 인하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개월 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 모든 위원이 동의했다”며 정책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소비 둔화, 수출 감소, 가계대출 증가 등 국내 경제 여건이 복합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1.5%에 도달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되고 있으며, 가계의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일정 부분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동시에 금융 안정성과 환율 방어라는 또 다른 과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연준과 한국은행 모두 ‘신중함’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처럼 단기적 수치 변화에 휘둘려 급격한 금리 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은 복합위기 국면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인 균형과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향후 시장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고용지표, 글로벌 수요 회복 속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 한국 역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글로벌 흐름과 보조를 맞춰가며 통화 정책의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섣부른 기대보다는 충분한 데이터와 냉철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정책 결정이 우리 경제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동결’이 정답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고민과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을 시장도 이해해야 할 시점이다. 금리라는 숫자 하나에 담긴 세계 경제의 복잡한 퍼즐은, 앞으로도 신중한 손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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