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자율규제, 어디까지가 자율인가
- newsg1g1
-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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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케이뱅크의 고액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가계대출 자율규제의 실질적 한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단순히 한 인터넷은행의 대출 상품 조건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운용되는 규제 시스템의 방향성과 실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만성적인 위험 요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지표가 도입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최근 수년간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자율적 관리’라는 표현을 앞세워 은행권에 일종의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이라는 틀 안에서 설정된 대출 한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사실상 신용대출에 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자율이 아니라 방임에 가까운 결과를 낳게 된다.
케이뱅크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활안정자금이라는 명목 아래, 최대 10억 원까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은, 대출 목적의 구체성과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의문을 남긴다. 물론 법적으로 금지된 상품은 아니고, 담보도 존재하며, DSR 계산 방식에 따라 한도가 확대되는 기술적 근거도 있다. 하지만 당국의 우려는 이러한 형식적 정당성을 넘어서, 시장의 신호 체계를 왜곡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향후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경우다. 규제의 틈새를 활용해 경쟁적으로 대출 한도를 높이고, 생활자금 명목의 담보대출이 사실상 투자자금이나 고위험 자산의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곧바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시장을 신뢰하되, 금융시장의 특성상 작은 시그널 하나가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선제적 경고는 결코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 총량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타당한 부분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총량 관리와 개별 상품 구조의 적절성은 별개의 문제다. 당장의 대출 총량이 적절하더라도, 특정 상품이 지닌 상징성과 확장 가능성이 크다면, 시장 전체의 규율을 흐릴 위험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자율성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이다. 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할 때만 의미가 있으며, 책임 없는 자율은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방향을 잡고, 은행들이 자율 속에서도 공동의 기준선을 공유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는 자율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믿되, 그 믿음 위에 명확한 기대와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지키려는 ‘안정’은 숫자만 관리하는 행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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